"목표는 일리?"…홈카페 왕자 카누의 '캡슐' 도전

동서식품, 카누 바리스타 머신 출시 1년
올해 신규 머신 '카누 바리스타 페블' 내놔
머신 교체 주기 5년…향후 4년이 승부처
그래픽=비즈워치
'맥심'과 '카누'를 앞세워 홈카페 시장을 점령한 동서식품이 '블루오션'인 캡슐커피 도전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캡슐커피·머신 1위 브랜드인 네스프레소가 국내에서도 점유율 80%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리커피가 지키고 있는 2위권 진입이 현실적인 목표라는 평가다. 

K-캡슐커피 머신

동서식품은 지난해 2월 캡슐커피머신 '카누 바리스타'와 전용캡슐 8종, 호환캡슐 6종을 출시하며 캡슐 커피 시장에 진출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까지만 해도 1000억원 남짓했던 시장 규모가 2022년 기준 4000억원을 웃돌며 그간 홈카페 시장의 주류였던 믹스·원두커피를 위협할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카누 바리스타 출시 전 국내 캡슐 커피 시장은 수십가지의 캡슐을 선보여 각자 취향에 맞는 커피를 고를 수 있는 네스프레소와 캡슐 종류는 적지만 맛과 머신 디자인에 강점이 있는 일리 커피의 1강 1중 체제였다. 70~80%대 점유율의 네스프레소가 보편적인 선택지인 상황에서 일리는 2030을 중심으로 틈새 시장을 공략했다. 

동서식품의 카누 바리스타 어반 머신에서 아메리카노를 추출하는 모습/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후발 주자인 동서식품의 선택지는 '아메리카노를 사랑하는' 한국인 맞춤형 머신이었다. 동서식품이 실시한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국내 캡슐커피 소비자들은 에스프레소 시중 캡슐커피의 양을 부족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캡슐 2개를 한 번에 내리거나 별도의 물을 추가로 붓는 불편함이 있었다. 

카누 바리스타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는 160~260㎖,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얼음 추가를 고려해 115~215㎖로 일반 캡슐 머신보다 용량이 많다. 또 버튼 하나로 온수를 추가할 수 있어 부드러운 아메리카노를 즐기기 간편하게 만들었다.

마케팅에 있어서도 국산 브랜드의 힘을 충분히 활용했다. 스틱커피 1위 브랜드 카누의 네이밍을 그대로 활용했다. 광고 모델도 배우 공유가 자리를 지켰다. 네스프레소, 일리 등 기존 캡슐머신이 대형마트의 가전 코너 일부에 자리잡은 데 비해 카누 바리스타 머신은 접근성 높은 식품 코너를 활용할 수 있었던 것도 국산 브랜드였기에 가능했던 전략이다. 

길게 봐야지

론칭 첫 해 성과는 다소 미묘하다. 업계에서는 동서식품의 지난해 캡슐커피 부문 매출이 50억~60억원 안팎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 1%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동서식품이 지난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친 데 비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하지만 동서식품은 당초 목표치를 웃도는 성과를 냈다고 평가하고 있다. 국내 캡슐커피 머신 시장은 네스프레소와 일리를 제외하면 점유율 1%를 확실하게 넘긴 업체가 없다. '3위권'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성과는 냈다는 의미다.

캡슐커피 머신 시장 1위 네스프레소의 버츄오 머신/사진제공=네스프레소
또 캡슐커피는 시장 특성상 기기 보급률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간 후에야 매출이 따라온다. 이미 머신을 보유한 소비자라면 굳이 추가 구매에 나서지도 않는다. 캡슐커피 머신 교체 주기는 대략 5년을 전후한다. 이제 갓 1년이 된 카누 바리스타는 지금이 인지도를 쌓는 시기다. 소비자가 '다음엔 이 머신을 사 볼까'라는 마음만 들어도 성공이라는 이야기다. 

현재 동서식품의 전략은 '시장 확대'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익숙한 '카누' 브랜드를 앞세우고, 대형마트 시식 행사를 늘리는 등 캡슐 커피를 이용하지 않던 중장년층을 공략 중이다. 이미 캡슐 커피 머신을 보유하고 있는 고관여층을 빼내오기보다는 신규 소비자 유입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다음 목표는 '일리'

업계에선 카누 바리스타의 현실적인 목표가 업계 2위 브랜드인 일리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리는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10%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캡슐 가격이 경쟁 브랜드 대비 비싸고 종류도 적다. 하지만 군더더기없는 디자인과 단순한 기능이 미니멀리즘 트렌드와 맞물리며 2030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카누 바리스타 역시 방향성과 타깃 소비층이 일리와 비슷하다. 미니멀한 디자인을 추구하고 기능도 아메리카노에 집중돼 있다. 캡슐 종류는 일리보다 다양하지만 네스프레소에는 비할 수는 없다. 

동서식품의 신규 캡슐커피 머신 '카누 바리스타 페블'/사진제공=동서식품
올해 내놓은 신규 머신 '페블'을 보면 이같은 방향성이 명확해진다. 페블은 전면부 폭이 110㎜인 기존 '어반'과 '브리즈'는 물론 일리의 인기 머신인 y3.3(100㎜)보다 작은 95㎜다. 

물탱크 용량도 물탱크 용량도 1200㎖의 어반이나 900㎖의 브리즈보다 적은 700㎖다. 컬러 역시 블랙·화이트·차콜브라운 3종의 어반, 화이트·핑크·그레이·블루·베이지 5종의 브리즈와 달리 블랙과 화이트 2종만 출시했다. 디자인 역시 장식 요소를 최대한 줄인 '미니멀' 콘셉트다.

업계 관계자는 "캡슐 커피 머신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간편하게 마시는 도구인 동시에 거실이나 주방 인테리어를 책임지는 '굿즈'이기도 하다"며 "머신 디자인과 캡슐의 맛을 모두 잡아야 소비자들의 눈에 들 수 있다"고 말했다.